이일을 어이할꼬!   1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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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을 어이할꼬!
송상옥(시론)
• 송상옥
발행일 : 1995.04.29 / 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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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상태 인가 이것이 무슨 일인가. 또 일이 터졌다.
있을 수 없는 실수로 순식간에 수십 명의 푸른 생명, 귀한 목숨 멀리 보내고 말았구나. 분노에 앞서, 안타까워 발 동동 구르기 전에,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허탈감만 휩싼다.어떻게 이처럼 똑같은 일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가.

 서울 한복판에서 대구 한복판으로 장소만 옮겨졌을 뿐이다. 철저한 사전조사 끝에 조심스럽게 이뤄졌어야 할 공사장 일이다. 심심산골도 아니고, 황량한 들판의 인적드문 곳도 아니다. 아침이나 낮이나 밤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도심의 큰 길 아래 지하철 공사장에서의 일이다.

이미 파묻혀 있던 가스 밸브를 잘못 건드려 터졌단다. 눈 어두운 땅속 두더지들도 아닌 사람들이, 그것도 기술자라 이름붙은 사람들이 저지른 것이란다. 이 무슨 엉터리 같은 일이며 어처구니없고 어이없고 기막히고 통탄할 일이냐. 입이 있다고 무슨 말을 하랴.

 감정이 있다고 어디에 그걸 터뜨리랴. 그래서 더욱 허탈하고 한심한 것이다.며칠전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는 요즘 이땅 이 나라안에서 돌아가는 일을 두고 무정부 상태 라고 단언, 사람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그 말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에, 내 가슴부터 내려앉는 것은 나도 그 뜻을 이심전심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무정부 상태. 무섭고 겁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어둡고 칙칙한 긴 터널을 뚫고 나오듯 저 암울한 날들을 거쳐, 문민시대라고 하는 지금이다.

민주주의 꽃 더욱 활짝 피게 하기 위한 큰 행사라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다. 국민소득 7천 달러인가 8천 달러인가. 개발도상국 중에서 선두그룹에 속해 곧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다는 지금이다.

곳곳에서 어지럽게 부르짖는 세계화 에 맞춰 눈부신 발전이 약속된 지금이다. 돈이 넘치고 넘쳐나 많고도 많은 이 나라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들이, 온갖 앞선 문물제도를 보고 오는 지금이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 나라가 무정부 상태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무섭고 겁난다는 말이다.

 대체 무엇하나 제대로 되어가는 게 있는가. 위의 권위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명령 지시가 먹혀들어가지 않고, 나는 나고 너는 너. 국정최고 책임자의 말도 이랬다 저랬다, 원리원칙이란 아예 없어진지 오래고, 편리한대로 자기 정파 이익따라 태도 바뀌고, 남은 하면 안되고 나는 하면 되고 어린아이도 웃을 일 일삼고 있어서야 딴 사람들도 아니고 바로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깔보지 않겠는가.제대로 되는일 없어밑에서 일하는 그 사람들은 자기 논밭 가는 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나라의 큰 일들, 백성들의 안위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허구한 날 언론이, 신문과 방송이, 뜻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나무라고 권하고 올바른 길 제시해도 마이동풍 네 멋대로 하라, 나는 내 멋대로 한다는 식이니 어떻게 무사할 수 있단 말인가.

다리가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가스가 터지는 큰 사고가 어떻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 말이다.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또다시 신문에 대문짝만한 사과 광고 내고, 철저수사 책임자 엄중문책 외치고, 몇 사람 목 치고 그렇게 흐지부지 끝내고 말 것인가.

시장 장관 총리 대통령이 삭발이라도 하고 대성통곡 잘못했다고 빈다 해서 될 일인가.그러면 착한 마음, 소박하고 작은 소망밖에 갖고 있지 않은 우리 백성들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흐지부지 끝낼텐가학생들이 집을 나와 마음대로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학교에 가지 못하고, 교실에서도 뭐가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공부 못하고, 근로자가 일터에서 마음 놓고 일도 못하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형제 자매 자식할 것 없이 모두가 길을 가며 조마조마, 지하도 건너며 불안에 떨면서, 단지 이렇게 빌기라도 해야한단 말인가.

 "하늘이여, 제발 제발 날벼락만은 내리지 마시옵소서" 하고.봄이 왔다고 마음 놓고 나들이도 못가는 나라가 이 세상 어느 천지에 있는지 알고싶다. 그러나 여기서 아무리 떠들고 소리쳐도 역시 쇠귀에 경읽기라 성이 차지않고 마음만 허탈하니, 이 일을 어이할꼬!<소설가>
기고자:송상옥 &nbsp;본문자수: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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